초이스 전 방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커피를 시키는 일이다.

왜 커피인가

술은 아직 안 시작한다.

방에 앉을 사람이 아직 안 왔는데 술부터 열면 자리가 이상해진다. 손님도 그걸 안다. 그래서 그 시간에는 대개 커피다.

아아 먼저 셋팅. 첫날 받은 종이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코팅이 돼 있어서 손에 자꾸 미끄러지던 종이였다.

그게 응대 요령인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 단순한 이유였다. 뭐라도 앞에 놓여 있으면 사람이 앉아 있기가 덜 어색하다.

시키는 법

폰을 꺼내 가게톡에 올린다.

3번 방 아아 둘.

그게 전부다. 존댓말도 안 쓰고 인사도 안 한다. 방 번호랑 품목만 쓴다. 처음엔 이게 너무 무뚝뚝한 것 같아서 뒤에 뭘 붙일까 하다가 관뒀다. 다들 그렇게 쓴다.

바쁘면 답이 없다. 답이 없어도 들어온다. 안 들어오면 한 번 더 올린다. 두 번 올려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한다.

놓는 타이밍

잔이 들어오면 앞에 놓는다.

이걸 언제 놓느냐가 생각보다 중요하다. 말하고 있는데 놓으면 말이 끊긴다. 잔을 드는 동작이 문장을 끊기 때문이다. 사람은 한 번 끊긴 문장을 잘 다시 꺼내지 않는다.

그래서 말이 끝나는 지점을 보고 있어야 한다.

첫날에 나는 이걸 반 박자씩 늦게 했다. 잔이 비는 것도 늦게 봤고 누가 자리를 뜨려는 것도 늦게 봤다.

그 방에서 하는 일

초이스 전 방은 사람이 둘이다. 손님하고 나.

넷이 앉아 있으면 서로 얘기하느라 뭐가 늦어도 모른다. 둘뿐이면 안 오는 게 그대로 보인다. 그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히 안다.

그래서 이 방에서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제일 길게 느껴진다.

재밌게 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재밌게 하는 법은 안 배웠다. 그래서 종이에 있는 걸 했다. 커피는 아아로 먼저 시킬까요, 하고 물었다.

한 사람이 그제야 나를 봤다.

잔이 들어왔을 때

그날 그 사람 표정이 반 뼘쯤 풀렸다.

아무 말도 안 했다. 고맙다고도 안 했다. 그냥 잔을 한 번 보고 다시 자기들 얘기로 돌아갔다.

그게 이 방에서 할 수 있는 거의 전부다. 커피 한 잔을 시켜서 제때 놓는 것.

그리고 문이 열린다

초이스가 끝나면 아가씨들이 들어온다.

내 시간은 거기까지다. 인사를 하고 나온다. 방금까지 내가 앉아 있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는다.

복도에 나오면 다음 방이 있다. 오늘은 5번이었나. 언니가 복도에서 방 번호를 말하고 지나간다. 그 말을 하면서 이미 다른 방 문을 열고 있다.

가게톡을 열고 다시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