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프로에서 마담으로 오래 일하면서 배운 것 중에 이런 게 있다. 단골은 대개 인사 없이 사라진다.
마지막이라고 말하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느 날부터 그냥 안 온다. 그리고 안 오는 이유는 물어볼 수가 없다.
어느 날부터 안 온다
몇 년을 오던 사람이 갑자기 끊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사업이 어려워졌거나. 들어갔거나. 그냥 잠수를 탔거나. 다른 가게에 마음이 갔거나.
대부분은 말하지 않는다. 연락이 끊기면 그걸로 저절로 끊어진다. 나중에 건너 듣는 경우도 있고, 끝까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처음엔 이게 서운했다. 몇 년을 봤는데 한마디 없이 사라지나 싶었다.
한동안은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했다. 지난번에 무슨 말실수를 했나, 어느 날 표정이 안 좋았나. 그렇게 며칠을 되짚었다.
지금은 안 그렇다. 여기는 원래 그런 자리다. 인사를 하고 가려면 여기를 자기 삶의 일부로 인정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러지 않는다. 그러지 않는 게 나쁜 것도 아니다.
묻지 않는다
누가 안 보이면 다들 궁금해한다. 그래도 묻지 않는다.
같이 오던 사람한테도 안 묻는다. 요즘 그분 안 오시네요, 라는 말도 안 한다. 그 한마디가 그 사람의 사정을 이 방에 꺼내놓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들은 것을 여기 밖에서 기억하지 않는 것처럼, 여기 없는 사람을 여기서 부르지 않는다.
이건 배려라기보다 규칙에 가깝다. 언젠가 내가 아는 사람의 얘기가 다른 방에서 안주가 되는 걸 원하지 않으면, 나부터 안 해야 한다.
가끔 손님 쪽에서 먼저 말할 때가 있다. 걔 요즘 힘들대, 하고. 그럴 때도 나는 받지 않는다. 그러시구나, 하고 만다. 한 마디만 더 얹으면 그 자리가 남 얘기 하는 자리가 된다.
자리가 먼저 빈다
사람이 없어지는 걸 제일 먼저 아는 건 자리다.
늘 같은 자리에 앉던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는 그 사람 자리가 된다. 아무도 정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된다. 다른 손님이 와도 거기는 자연스럽게 비워두게 된다.
그 사람이 안 온 지 두어 달쯤 되면, 어느 날 다른 손님을 거기 안내하게 된다.
그때 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안내하면서 손이 잠깐 멈춘다. 그런데 멈춘 걸 아무도 모른다. 그날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은 그게 누구 자리였는지 모르니까.
그러고 나면 그 자리는 다시 아무 자리가 된다. 사람은 그렇게 지워진다. 크게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리가 다시 쓰이면서.
인사를 하고 간 사람
십 년 동안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간 사람은 손에 꼽는다.
한 사람이 기억에 남는다. 늘 벽 쪽 자리에 앉던 사람이었다. 말수가 적었고, 오면 두 시간쯤 있다가 갔다. 몇 년을 그렇게 왔다.
특별한 얘기를 한 적은 없었다. 날씨 얘기, 야구 얘기. 한 번도 자기 일 얘기를 안 했다. 나도 안 물었다.
그날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섰다. 계산을 하고 나가면서 나를 한 번 보고 말했다.
"이제 못 올 것 같아요."
왜냐고 안 물었다. 그 사람도 말 안 했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여기서는 아무것도 설명 안 해도 돼서 좋았다고.
나는 뭐라고 답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아마 잘 지내시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 말밖에 할 게 없었다.
그 사람은 그 뒤로 안 왔다.
마지막 인사가 드문 이유
그 인사가 왜 그렇게 오래 남았는지 한참 생각했다.
인사를 한다는 건 여기를 자기가 다녀간 곳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여기를 지나가는 곳으로 두고 싶어 한다. 그래야 지나가고 나면 없던 일이 되니까.
그게 이해가 간다. 나라도 그럴 것 같다.
그리고 인사를 하려면 자기 사정을 조금은 말해야 한다. 못 오게 됐다는 말에는 왜라는 게 따라붙으니까. 대부분은 그 왜를 말하고 싶지 않아서 인사를 안 한다. 인사를 안 하는 게 무례가 아니라, 그게 제일 조용하게 끝내는 방법이다.
다만 가끔 그러지 않는 사람이 있고, 그 한 번의 인사가 몇 년치 기억을 정리해준다. 안 그러면 그 사람은 그냥 어느 날부터 안 온 사람으로 남는다.
지금도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는다. 나는 그 자리를 안내할 때마다 잠깐 멈추는 버릇이 있다. 그게 내가 하는 인사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