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프로에서 마담으로 일하면서 제일 자주 받는 질문이 이거다. 일과 마음이 분리되느냐고.
분리되지 않는다. 분리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대개 아직 얼마 안 된 사람이거나, 이미 그만둔 사람이다. 대신 다른 게 생긴다. 어디까지 들여보낼지를 매번 정하게 된다.
마음을 안 쓰면 일이 안 된다
이게 이 일의 이상한 지점이다.
마음을 완전히 닫으면 편할 것 같은데, 닫으면 일이 안 된다. 사람은 자기한테 관심 없는 사람 앞에서 말을 안 한다. 그건 몇 초 만에 알아챈다. 말투가 아니라 눈이 먼저 안다.
그러니까 진짜로 궁금해해야 한다. 저 사람이 오늘 왜 저기 앉아 있는지, 왜 아까부터 폰을 안 보는지.
연기로는 안 된다. 연기하는 사람 옆에서는 아무도 잠 못 잔다는 얘기를 안 한다.
그런데 진짜로 궁금해하면, 그건 이미 마음을 쓴 것이다. 여기서부터 분리가 불가능해진다.
새로 온 애들이 제일 먼저 하는 질문도 이거다. 어떻게 해야 안 힘드냐고. 나는 안 힘든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덜 힘든 방법이 있을 뿐이고, 그건 마음을 덜 쓰는 게 아니라 쓰는 시각을 정하는 것이라고.
대신 문이 생긴다
오래 한 사람들은 마음을 안 쓰는 게 아니라 문을 만든다.
방 안에서는 연다. 나올 때 닫는다. 닫는 게 냉정해서가 아니라, 안 닫으면 다음 방에 들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앞방에서 무거운 얘기를 듣고 그 표정 그대로 다음 방에 들어가면, 그 방 사람은 자기 때문인 줄 안다.
첫날에 언니가 침묵을 그냥 두는 걸 봤다. 잔도 안 채우고 화제도 안 돌리고 웃지도 않았다. 나는 그게 실패인 줄 알았는데, 그건 그 순간 그 사람 옆에 완전히 있어준 거였다.
그리고 그 방에서 나온 언니는 복도에서 표정을 바꿨다. 일 초도 안 걸렸다.
그때 나는 그게 가짜라고 생각했다. 안에서 그렇게 진지하다가 나오자마자 아무렇지 않을 수 있나 싶었다.
지금은 안다. 그건 가짜가 아니라 저장이었다. 방에서 받은 걸 그 방에 두고 나오는 것. 안 그러면 다음 방까지 흘러가고, 그 다음 방까지 흘러가서, 결국 마지막 방 사람은 아무것도 못 받는다.
문을 닫는 데 일 초가 걸리려면 몇 년이 걸린다. 나는 아직도 삼 초쯤 걸린다.
문이 안 닫히는 날
그래도 안 닫히는 날이 있다.
집에 가는 길에 어떤 사람 얼굴이 계속 떠오르면 그날은 문이 안 닫힌 것이다. 대개는 별일 아닌 사람들이다. 오래 앉아 있다가 별말 안 하고 간 사람. 웃다가 한 번 조용해졌던 사람.
한번은 나가면서 고맙다고 한 사람이 있었다. 뭐가 고마운지 안 말했고 나도 안 물었다. 그날 새벽에 그 말이 계속 걸렸다. 내가 뭘 한 게 없는데 고맙다고 했으니까.
며칠 뒤에 알았다. 그날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 그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해준 게 고마웠던 것 같다.
그런 날이 가끔이면 괜찮다. 나는 그게 이 일을 사람 상대하는 일로 남겨두는 거라고 생각한다.
매일이면 오래 못 한다. 이건 정신력 문제가 아니다. 하루에 여러 방을 다녀오는데 그걸 다 들고 나오면 몇 달 안에 몸이 먼저 안다. 잠이 안 오거나, 아무 감정도 안 느껴지거나. 둘 중 하나가 온다.
두 번째가 더 위험하다. 잠이 안 오면 본인이 아는데, 감정이 없어지면 본인은 오히려 편해졌다고 느낀다. 옆에서 봐야 안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그만둔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을 못 써서가 아니라 너무 써서 그만뒀다.
그래서 답은
분리되냐고 물으면, 안 된다고 답한다.
다만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마음에는 없다는 걸 알고 나면, 끝나는 시각을 자기가 정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문을 닫는 건 마음을 안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일도 쓰기 위해서다.
첫날에 배운 게 거리였다면, 그다음에 배운 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