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에 끝난다. 집에 가면 여섯 시가 넘는다.

씻고 누우면 일곱 시쯤이고, 일어나면 오후 두세 시다. 다섯 시에 다시 나가야 하니까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은 두어 시간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없다

밤에 일하면 낮이 통으로 남을 것 같은데 안 그렇다.

잠이 밀린다. 이 시간에 자는 잠은 밤에 자는 잠하고 다르다. 창문을 가려도 소리가 들어온다. 차 소리, 공사 소리, 어디서 애 우는 소리.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오후에 한 번 더 자는 사람도 많다.

은행이 안 열려 있다

밤에 일하면서 제일 불편한 게 이거였다.

은행, 관공서, 병원. 이런 데가 다 낮에만 열려 있다. 오후 두 시에 일어나서 다섯 시에 나가야 하는 사람한테 세 시간은 짧다.

병원은 특히 그렇다. 아파도 미루게 된다. 미루다가 커진다. 이 바닥에서 몸 상해서 나가는 사람이 많은 게 술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을 못 만난다

낮에 사는 사람들하고 시간이 안 맞는다.

친구들이 저녁에 보자고 하면 그때 나는 출근이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주말이 더 바쁘다.

이게 일 년쯤 지나면 연락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아무도 잘못한 게 없는데 줄어든다.

몇 년 지나면 아는 사람이 다 같은 바닥 사람이 된다. 그러면 쉬는 날에도 일 얘기를 한다.

뭘 하냐고 하면

나는 오후에 걷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자다 일어나면 몸이 무거워서 그렇다. 한 시간쯤 걷는다. 같은 길로 걷는다.

밥은 대충 먹는다. 자고 일어나서 바로 먹으면 속이 안 좋다.

한동안 도서관에 다닌 적도 있다. 오래는 못 갔다. 두 시에 일어나서 도서관에 가면 네 시에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애매했다.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

오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낮에 뭐라도 하나씩 한다.

운동이든 뭐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게 이 일하고 상관없는 거라는 점이다. 낮에도 이 일 생각만 하면 스물네 시간 일하는 게 된다.

빨리 나가는 사람들은 대개 낮에 아무것도 안 한다. 자고 일어나서 출근하고 자고 일어나서 출근한다. 그러면 반년쯤 지나서 자기가 뭘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이건 내가 잘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나도 처음 이 년은 그렇게 살았다.

계절

여름이 제일 힘들다.

다섯 시에 끝나고 나오면 이미 밝다. 밝은데 자러 가는 게 몸에 안 붙는다. 겨울에는 어두워서 그냥 늦게 끝난 것 같은데 여름은 아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아침에 소리가 더 많다. 창문을 열어놓은 집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겨울이 좋다. 자고 일어나면 벌써 어둑해서 하루를 놓친 기분이 드는데, 그게 오히려 편하다.

요즘

요즘은 오후에 커피를 한 잔 마신다.

밤새 아아를 시켜놓기만 하고 정작 나는 잘 안 마신다. 방에서는 못 마시니까.

낮에 마시는 커피는 그것대로 맛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