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날부터 나를 데리고 다닌 사람이 있었다. 그 가게의 마담이었고, 나는 언니라고 불렀다.
십 년이 지났는데 언니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나이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른다. 결혼을 했는지도 모른다.
소리를 내지 않았다
언니는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하면 손목을 눌렀다. 세게는 아니고, 여기서 멈추라는 정도로. 표정은 그대로였다. 방 안의 누구도 그걸 못 봤다.
첫날에 병에 손을 댔을 때가 그랬다. 잔이 비어 있어서 채우려고 했는데 손목에 힘이 왔다. 그 사람은 막 무슨 말을 시작하려던 참이었고, 나는 그걸 못 봤고, 언니는 봤다.
그 뒤로도 손목을 여러 번 눌렸다. 어떤 날은 하루에 세 번도 눌렸다.
목캔디
언니는 주머니에 목캔디를 넣고 다녔다.
밤새 말을 하니까 목이 쉰다. 언니는 방을 옮길 때마다 하나씩 까먹었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나한테도 하나씩 줬다.
포장 벗기는 소리가 컸다. 그래서 방 안에서는 안 먹고 복도에서만 먹었다.
그게 가르침 같은 건 아니었다. 그냥 언니가 하던 거였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주머니에 그걸 넣고 다닌다.
못 하는 걸 그냥 뒀다
내가 못 하는 게 있으면 언니는 그걸 대신 해줬다.
설명은 안 했다. 그냥 자기가 하고 넘어갔다. 몇 번 그러고 나면 나도 그걸 하게 됐다. 언제부터 하게 됐는지는 나도 모른다.
"보는 게 아니라 듣는 거야."
이 말은 한 번 했다. 어떻게 문이 열리기 전에 미리 아느냐고 물었을 때였다. 그러고 나서 더 설명을 안 했다. 나는 그 뒤로 반년쯤 복도 소리를 듣고 다녔다. 발렛팀이 나가 서는 소리, 계단 소리, 신발 소리가 다 다르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때는 그게 대답인 줄 알았다.
딱 한 번
언니가 화를 낸 걸 한 번 봤다.
내가 방에서 다른 손님 얘기를 꺼냈을 때였다. 나쁜 얘기는 아니었다. 그날 다른 방에 누가 왔다는 정도였고, 앉아 있던 분이랑 아는 사이인 것 같아서 반가우라고 한 말이었다.
방을 나오자마자 언니가 복도에서 나를 세웠다.
목소리는 여전히 안 컸다. 그런데 말이 짧아졌다.
"방에서 나온 건 방에 두고 나와."
나는 뭐라고 변명을 하려다가 언니 얼굴을 보고 그만뒀다. 그날 처음으로 언니가 나를 안 보고 말했다.
한참 뒤에 알았다. 그 얘기가 나가면 그다음부터 아무도 여기서 말을 안 한다. 사람들이 여기 오는 이유가 없어진다.
언니에 대해 아는 것
언니가 립스틱을 고쳐 바르는 자리는 정해져 있었다. 주방 옆 거울이었다. 홀 거울은 안 썼다.
신발은 늘 같은 걸 신었다. 굽이 낮았다. 밤새 돌아다녀야 하니까 그랬을 것이다.
야구를 봤다. 어느 팀인지는 모른다. 물어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건 대충 이 정도다. 십 년을 알았는데 이게 다다.
언니가 안 가르친 것
언니는 손님 응대에 대해서는 거의 말을 안 했다.
가르친 건 대부분 방 밖의 일이었다.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 언제 나가야 하는지,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어떻게 지나가야 하는지.
한번은 물어봤다. 방 안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냐고.
"할 말 없으면 하지 마."
그게 다였다. 나는 그 대답이 성의 없다고 생각했다. 몇 년 지나고 나서 그게 제일 어려운 거라는 걸 알았다. 침묵을 못 견디는 사람이 말을 만들어내고, 만들어낸 말은 방에서 제일 먼저 티가 난다.
지금
언니는 내가 삼 년쯤 됐을 때 그만뒀다.
인사를 하고 갔다. 그건 이 바닥에서 드문 일이다. 마지막 날 복도에서 목캔디를 하나 주면서 이제 네가 하면 된다고 했다. 그 말이 다였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 연락처를 안 물었다. 물어봐도 됐을 텐데 그때는 그게 규칙을 어기는 것 같았다.
요즘 새로 온 애들이 뭘 잘못하면 나도 손목을 누른다. 처음엔 내가 그러고 있는 줄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