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가을에 나 말고 두 명이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다.
한 명은 삼 개월, 한 명은 일 년 반쯤 하고 나갔다. 그 뒤로도 사람은 계속 들어오고 계속 나갔다.
오래 하는 사람의 조건 같은 건 없다
처음엔 기준이 있는 줄 알았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오래 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말 많은 사람이 제일 먼저 지쳤다.
술이 센 사람이 오래 하는 줄도 알았다. 그것도 아니었다. 술은 안 마시고 버티는 방법이 여러 개 있다.
멘탈이 강한 사람. 이것도 아니었다. 강해 보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안 나왔다.
몇 년 보고 나서 남은 건 하나였다. 두고 나올 수 있느냐.
두고 나오지 못하면
하루에 방을 여섯에서 여덟 개 돈다.
한 방에서 십 분씩 앉으면 밤새 열몇 개의 대화에 들어갔다 나온다. 그걸 다 짊어지면 몇 달을 못 버틴다.
여기서 들은 걸 문 닫고 나올 때 같이 두고 나와야 한다. 안 그러면 자기가 먼저 무너진다.
처음엔 이게 냉정한 건 줄 알았다. 몇 년 하고 나서는 그게 이 일을 계속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라는 걸 알았다.
다만 이걸 배우는 방법은 아무도 안 가르쳐준다. 언니도 안 가르쳐줬다. 각자 알아서 하거나 못 하고 나간다.
일 년 반
일 년 반 하고 나간 사람 얘기를 좀 해야겠다.
일을 잘했다. 나보다 훨씬 잘했다. 손님들이 찾았고 로테를 나보다 많이 돌았다. 자주 못 봤다.
어느 날부터 방에서 나올 때 표정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보였다. 방 안에서 짓던 표정이 복도까지 따라 나오는 거였다. 그게 몇 주쯤 갔다.
내가 뭐라고 물어봐야 하나 싶었는데 안 물어봤다. 이 바닥에서 안 묻는 게 습관이 돼 있었다.
지금은 그때 물어볼 걸 그랬나 싶다. 물어봤어도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다.
그만두는 방식
나가는 사람은 대개 말을 안 한다.
어느 날부터 안 나온다. 가게톡에서 이름이 빠진다. 목록이 한 줄 짧아진다.
인사를 하고 가는 사람은 드물다. 언니는 인사를 하고 갔다. 삼 년쯤 됐을 때였다.
이 년째
이 년째에 크게 한 번 흔들렸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어느 날 새벽에 계단을 올라오는데 다리가 안 움직였다. 몇 초쯤 그냥 서 있었다. 뒤에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날 집에 가서 이력서를 썼다. 반쯤 쓰다가 뭘 써야 할지 몰라서 껐다. 삼 년 가까이 한 일을 한 줄로 못 적겠더라.
다음 날 출근했다. 그게 결심 같은 건 아니었다.
남은 이유
내가 왜 남았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잘해서 남은 건 아니다. 처음엔 제일 못했다. 병도 못 들었고 이름도 틀렸다.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여러 번 있다. 이 년째쯤에 한 번, 오 년째쯤에 또 한 번. 그때마다 뭔가 결심을 한 건 아니고 그냥 다음 날 출근을 했다.
지금 새로 온 애들을 보면 누가 오래 할지 대충 보인다. 그런데 그 짐작이 자주 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