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은 말로 하지 않는다. 폰으로 한다.
가게톡이라고 부르는 팀톡방이 있고 거기에 올린다. 3번 방 아아 둘, 하는 식이다. 안 바쁘면 웨이터가 알아서 들어오는데 바쁘면 직접 올려야 한다.
답이 없는 시간
열한 시가 넘으면 방이 한꺼번에 찬다.
그때부터는 가게톡에 글자만 쌓인다. 아무도 답을 안 한다. 답할 시간이 없어서 그렇다. 올리고 나서 이게 들어오긴 하는 건가 싶은 시간이 몇 분씩 있다.
방 안에서는 그 몇 분이 길다. 손님은 아까 시킨 게 왜 안 오는지를 묻지 않는다. 안 물으니까 더 길다.
먼저 들어오던 사람
웨이터 중에 한 명이 늘 3번 방을 먼저 봤다.
내가 그 방을 자주 맡았다. 초이스 전에 들어가 있는 방이 대체로 3번이었다. 어느 날부터 그 사람이 3번을 먼저 처리하기 시작했다.
부탁한 적이 없다. 말을 해본 적도 거의 없었다.
한참 뒤에 이유를 알았다. 초이스 전 방은 사람이 하나뿐이라 뭐가 늦으면 티가 바로 난다는 거였다. 방에 넷이 앉아 있으면 서로 얘기하느라 모르는데, 손님하고 나 둘뿐이면 안 오는 게 그대로 보인다.
나는 그걸 몰랐고 그 사람은 알고 있었다.
이름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
가게톡에는 다들 방 번호랑 품목만 쓴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목례만 한다. 그게 무례한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들 한다.
그래서 이 글에도 그 사람 이름을 못 쓴다. 아니, 정확히는 안 쓰는 게 아니라 모른다.
얼음
그 사람은 얼음을 많이 넣었다.
내가 얼음을 좀 덜 넣어달라고 한 적이 있다. 손님 한 분이 물을 타면 싱거워진다고 해서였다.
그다음부터 3번 방에만 얼음이 적게 왔다. 다른 방은 그대로였다.
이런 걸 어디 적어두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기억하나 싶었다. 나중에 나도 그러고 있었다.
그만두는 날
웨이터들은 자주 바뀐다.
그 사람도 어느 날 안 보였다. 마지막 날이 언제였는지도 모른다. 며칠 지나고 나서 얼음이 다시 많아진 걸 보고 알았다.
가게톡에서 이름이 빠지는 건 나가는 날 바로 처리된다. 목록이 한 줄 짧아진다. 그것 말고는 아무 표시가 없다.
지금도 가게톡에 3번 방 아아 둘이라고 올린다. 올리고 나서 몇 초쯤 화면을 보고 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