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프로에서 마담으로 십 년을 일하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속얘기는 조용한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제일 시끄러웠던 방에서 나온다.
정확히는 시끄러웠다가 조용해진 직후다. 밴드가 나가고 문이 닫히는 그 몇 초.
대부분은 그냥 놀다 간다
먼저 말해둘 게 있다. 모든 사람이 속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재밌게 놀다 가는 사람이 훨씬 많다. 두 시간 웃고, 노래하고, 계산하고, 다음에 보자고 하고 간다. 그게 이상한 게 아니라 그러려고 오는 거다. 나는 그런 손님이 편하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게 이 자리의 기본값이다.
다만 가끔 다른 사람이 있다. 얼굴에 뭔가 얹혀 있는 사람. 웃는데 웃음이 얼굴에서 좀 늦게 지워지는 사람.
그런 사람도 방에 들어오자마자 말하지는 않는다. 순서가 있다.
밴드가 들어오면
술이 두세 병쯤 들어가고 나면 방 온도가 올라간다.
그쯤에서 밴드를 부른다. 방이 완전히 달라진다. 소리가 벽에 부딪히고, 사람들이 일어나고, 안 부르던 사람도 마이크를 잡는다. 아까까지 넥타이를 안 풀던 사람이 어느새 풀고 있다.
이 시간은 대화가 아니다. 아무도 서로의 얘기를 안 듣는다. 들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시간을 지나야 다음이 온다.
나는 처음에 이걸 이해 못 했다. 시끄러운 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지금은 안다. 사람이 자기를 열려면 먼저 자기를 잊어야 한다. 한 번 실컷 웃고 나면 지키고 있던 게 헐거워진다.
문이 닫히는 몇 초
밴드가 나간다. 문이 닫힌다.
그 순간 방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아까까지 있던 소리가 통째로 빠져나가서, 남은 사람들 숨소리가 다 들린다. 잔 부딪히는 소리도 크게 들린다.
이때가 제일 이상한 시간이다. 다들 웃고 있는데 아무 말도 안 한다. 땀이 식는다.
첫날에 언니가 침묵을 그냥 두던 걸 기억한다. 그때는 그게 실패인 줄 알았다. 이 시간을 몇 년 겪고 나서야 알았다. 이 침묵은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차 있는 것이다. 여기서 뭔가 말을 얹으면 다 흩어진다.
그래서 나는 이때 아무것도 안 한다. 잔도 안 채운다. 잔을 드는 동작이 문장을 끊기 때문이다. 첫날에 언니가 내 손목을 눌렀던 이유가 이거였다.
그 사람이 한 말
한번은 그 침묵에서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방금까지 제일 크게 웃던 사람이었다. 노래도 두 곡이나 불렀다. 그러다 문이 닫히고 나서, 잔을 보면서 말했다.
"저 사실은요."
그러고는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다른 사람들이 다른 얘기를 시작했고, 그 문장은 거기서 끊겼다.
나는 그 뒤를 안 물었다. 그게 규칙이라서가 아니라, 물으면 안 나온다는 걸 알아서였다.
삼십 분쯤 뒤에 그 사람이 다시 그 얘기를 꺼냈다. 이번엔 끝까지 했다. 별거 아니었다.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는데 집에 말을 못 했다는 얘기였다.
그 말을 하는 동안 목소리가 아까 노래할 때랑 완전히 달랐다. 한 사람한테 목소리가 두 개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왜 하필 그때인가
나중에 생각해봤다.
밴드가 있을 때는 아무도 안 듣기 때문에 말할 수 없고, 처음부터 조용하면 다 듣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 방금까지 시끄러웠던 방은 다르다. 아직 귀가 덜 돌아와 있고, 다들 자기 숨을 고르느라 남을 덜 본다.
들어주는 사람은 있는데 지켜보는 사람은 없는 시간. 그 몇 분이 하루에 한 번쯤 온다.
그 시간을 아는 게 이 일이다. 만들 수는 없다. 만들려고 하면 안 온다. 다만 왔을 때 안 망치는 것.
가장 시끄러운 순간을 지나야 진짜 목소리가 나온다는 게, 나는 아직도 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