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전체 글
에세이 18편과 용어 11편. 밤에서 오래 지켜본 사람과 관계, 그리고 그 안의 말들.
첫 출근 날, 내가 배운 건 술 따르는 법이 아니었다
2016년 가을 강남 도산대로 텐프로에서 새끼마담으로 보낸 첫날. 병은 한 번도 들지 못했고,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배웠다.
에피소드나를 가르친 사람은 한 번도 혼내지 않았다
2016년 도산대로 텐프로에서 나를 가르친 마담 언니. 소리를 내지 않고 사람을 가르치는 방식과, 딱 한 번 화를 낸 날에 대하여.
에피소드3번 방 아아 둘
초이스 전 방에서 처음 하는 일은 커피를 시키는 것이다. 아아 한 잔을 제때 놓는 일이 왜 그 방의 전부가 되는지.
에피소드가게톡에는 늘 먼저 답하는 사람이 있었다
주문은 가게톡으로 간다. 바쁜 날에는 답이 없고, 그런 날에도 3번 방만 먼저 들어오던 웨이터가 있었다.
에피소드일곱 시 전의 가게는 다른 곳이다
다섯 시에 불이 켜지고 일곱 시에 첫 손님이 온다. 그 두 시간 동안 도산대로의 가게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기록.
에피소드새벽 다섯 시에 문을 닫고 나오면
쩜오도 텐도 마감은 새벽 다섯 시다. 문을 닫고 나온 뒤의 몇십 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에피소드문이 닫힌 뒤에야 들렸던 한 사람의 진짜 목소리
속얘기는 조용한 방이 아니라 제일 시끄러웠던 방에서 나온다. 밴드가 나가고 문이 닫히는 몇 초, 그 낙차에서만 들리는 목소리에 대하여.
에피소드늘 같은 자리에 앉던 사람의 마지막 인사
단골은 대개 인사 없이 사라진다. 이유는 묻지 않고, 자리가 먼저 빈다. 십 년 동안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간 손님에 대한 기록.
에피소드손님을 어떻게 기억하나요
기억은 장부가 아니라 습관에 남는다. 텐프로 마담이 손님을 기억하는 방식과, 기억하는 것보다 어려운 잊는 일에 대하여.
에피소드석 달 만에 그만둔 애가 있었다
같이 시작한 사람 중 하나는 석 달을 하고 나갔다. 못 버텨서 나간 게 아니라 잘 맞아서 나갔다는 걸 한참 뒤에 알았다.
에피소드같이 시작한 사람 중에 남은 건 나 하나다
2016년에 같이 시작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 년을 못 채웠다. 오래 남는 사람과 빨리 나가는 사람 사이에 뚜렷한 기준은 없었다.
에피소드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감정 노동의 거리
감정 노동에서 제일 어려운 건 감정을 만드는 게 아니라 거두는 것이다. 너무 멀어서 한 번, 너무 가까워서 한 번 틀리며 배운 거리.
에피소드밤의 친절에도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
한 번 웃어준 것은 다음번에 허락이 된다. 경계 없는 친절이 왜 오래가지 못하는지, 화내지 않고 선을 긋는 법에 대하여.
에피소드일과 마음은 분리되나요
일과 마음은 분리되지 않는다. 대신 문이 생긴다. 방에서 열고 복도에서 닫는 법을 배우는 데 걸린 시간에 대하여.
에피소드술을 못 마시면 이 일 못 하나요
술이 센 사람이 오래 하는 건 아니다. 마시는 양보다 안 마시고 넘어가는 방법을 아는 쪽이 오래 남는다.
에피소드손님이랑 사귀는 사람도 있나요
있다. 다만 시작되는 방식이 밖에서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방 안에서 만들어진 조건이 방 밖에서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에피소드낮에는 뭐 하고 지내나요
새벽 다섯 시에 끝나고 오후에 일어난다. 남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이 일을 얼마나 오래 하는지를 정한다.
에피소드가족한테는 뭐라고 말했나요
대부분은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 게 부끄러워서만은 아니라는 걸 설명하는 데 오래 걸렸다.
용어텐프로
오랫동안 이 바닥 제일 위로 불린 이름. 지금은 일프로 아래로 내려왔고 문을 닫는 가게가 많다. 한 사람이 여러 방을 도는 로테가 기본이다.
용어일프로
텐프로 뒤에 생긴 이름인데 지금은 이 바닥 제일 위다. 나오는 사람도 값도 제일 높다. 로테는 여기도 돈다.
용어쩜오
숫자 1.5에서 온 이름. 서열로는 텐카페 아래다. 사이즈와 마인드를 다 갖췄던 자리였고, 지금도 제일 전투적인 자리로 통한다.
용어텐카페
텐프로에서 이름을 가져온 업종. 지금 서열로는 일프로·텐프로 다음이다. 한때 하이텐·로우텐으로 갈랐는데 지금은 그 구분이 안 남았다.
용어하이퍼블릭
줄여서 「하퍼」. 코로나를 지나며 가라오케와 셔츠룸이 섞여 생긴 업종이다. 지금 대중적인 룸은 대부분 이 이름으로 불린다.
용어셔츠룸
셔츠로 갈아입는 절차에서 붙은 이름. 한때 강남에서 열풍이었다가 불법 업소로 지정돼 사라졌다. 이 사전에서 유일하게 과거형으로 쓰는 항목이다.
용어마담
손님이 찾아가는 단위. 안에서는 「구좌」라고 부른다. 가게에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고, 각자 자기 손님의 방을 본다.
용어새끼마담
마담 밑에 붙어 방을 맡는 자리. 초이스가 아직인 방에 먼저 들어가고, 파트너가 비는 자리를 메운다. 방이 자주 끊기는 업종일수록 무거워진다.
용어초이스
방에 앉을 사람을 고르는 절차. 누가 보여주느냐가 업종마다 다르고, 그 차이가 자리의 성격을 정한다. 「초이스가 끝났다」처럼 쓴다.
용어따
따블의 줄임말. 로테를 도는 걸 뜻한다. 방 쪽에서 보면 몇 명이 번갈아 들어오느냐고, 도는 쪽에서 보면 몇 개 방을 보느냐다.
용어묶 (풀묶·반묶)
한 사람을 계속 옆에 두는 것. 돌면서 벌었을 몫을 대신 치르는 방식이다. 풀묶은 오픈부터, 반묶은 중간부터다.
ABOUT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각색인가
용어사전은 사실이고, 에세이의 인물과 장면은 각색했습니다. 금액을 쓰지 않고, 업소를 소개하지 않고, 알선하지 않습니다.